추석 연휴 연차를 붙여 9일을 쉬는 중..
다시 내일부터 출근을 해야 하는데, 연휴 마지막 날 나의 최근 고민거리에 대해 집 앞 카페에 앉아 끄적여본다.
1.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
지금 나는 넷마블에서 신규 게임 론칭 시 유저 스파이크 상황에서의 안정성, 그리고 부하 상황에서 더 많은 유저를 더 적은 서버로 받을 수 있도록 서버 성능을 검증하고 최적화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이제 3달 뒤면 4년을 채우면서 5년차 엔지니어가 된다. 5년차면 이제는 주니어라는 말만으로 나를 설명하기 어려운 시점인데 요즘 이런 고민이 자꾸만 든다.
“내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 어쩌면 회사에 없어도 되는 사람은 아닐까?”
게임 회사는 본질적으로 유저에게 게임을 제공하고, 패키지 판매 혹은 다양한 BM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게임 서비스를 유지하는데 있어서는 서버 유지 비용, 인력비 등의 지출이 있을 것이다.
우리 회사는 주로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하니까 게임 서비스 1개의 이익은 간단히 아래처럼 예시를 들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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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순이익 = (유저의 과금) - (서버 유지 비용 + 프로젝트 인건비 + 마케팅 비용 + ..)
위 식에서 우리 팀의 가치는 직접적으로는 서버 유지 비용을 낮추는 것 하나, 간접적으로는 안정적이고 쾌적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유저의 결제를 늘리는 것까지 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게임이 잘 안된다면? 유저가 별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아래는 예시임. 실제 수치와는 무관함을 밝힘.)
열심히 게임 서버 1대당 5천 명까지 수용 가능하도록 최적화를 진행하고, 목표 동접인 10만 명을 수용하기 위해 서버 20대 +a 를 준비했다고 해보자.
론칭 직후 유저가 몰리는 상황을 대비해 스파이크 테스트와 대기열까지 구현하고 테스트 했다.
그런데 막상 론칭하고 보니 유저가 2만 명 밖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 이거 밖에 안 들어온다고? 그럼 이번 내 담당 게임에 대해서는 내가 있으나 마나 별반 다를 게 없었네?”
지극히 결과론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아마 이런 내 생각을 들은 동료, 리더라면 당연히 아래와 같은 반박을 할 수 있겠다.
“게임이 대박나서 유저가 많이 들어오는 상황에 대비해야지?”
“유저가 적게 들어왔지만 우리팀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았다면 이 수준에서도 지연, 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었다는걸 잘 알잖아?”
알고 있다.
회사에서는 특정 사업 지표를 넘어서면 게임이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판단하여 조그만 행사를 열어 성공적인 론칭을 기린다.
내가 입사한 이후 평균적으로 1년에 1 ~2번 해당 행사가 진행되어왔다.
우리팀에서는 4명이서 각자의 희망 사항와 함께 당시의 업무량에 따라 랜덤하게 프로젝트를 배정받는다.
그런데 여기서 나만..! 한 번도 위 행사가 진행된 게임을 담당해보지 못했다. 기대작을 몇 개 맡았음에도 말이다.
“그냥 프로젝트 운이 안 좋은 거잖아? 뭘 그렇게 신경쓰고 그래”
그걸 몰라서 이런 회의감이 들겠는가,,
그냥 나는 내 커리어 동안 대규모 트래픽을 대비만 했을 뿐,
실제 목표하는 트래픽을 받아 본 적도 없으며
따라서 나와 개발팀이 같이 개선한 작업들을 실제 두 눈으로 검증한 적도 없다.
이렇게 4년의 시간이 흘렀다
내 가치에 대해 의심이 들만 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내가 맡은 게임이 성공적으로 론칭하지 못하여 나의 성과에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해보라. 하하.
누구나 (어쩌면 대부분?) 그렇듯 내가 쓸만한 사람이고, 가치를 실현하고 또 다른, 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지금 회사에서 내 가치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올해 들어서는 회사 전반적으로 AI 전환(AX)이 핫하다.
AX 전환은 어떤 가치를 가질까? 더 적은 리소스(사람?)으로 더 많은 작업량을 뽑아내는 것일까.
그럼 나의 가치를 인력 감축에서 찾아야 하는가? 오너 입장에서는 꽤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가치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꽤나 모순적이지 않은가.
2. 커리어 vs 일상
그런 와중에 요즘은 일(work) 외에 다른 것들에 관심도가 올라갔다.
3년차 까지 내 삶의 대부분에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일 외적인 것들에 시간을 많이 들이고 이것들이 꽤나 마음에 든다.
주로 독서와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퇴근 후, 주말에 카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밖에 나가 테니스를 치는게 요즘 내 일상이다.
주말 아침에 테니스를 치고 씻고 나와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런 일상에 대해 꽤나 만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자꾸만 든다.
“이래도 되는거야? 원래 너는 커리어를 쌓고 싶어했잖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더 고생해야 하는거 아녔어?”
생에 있어 다양한, 높은, (그 외 여러 수식의..) 커리어를 쌓아 내 가치를 실현하고 남들에게 인정 받는 삶을 살 것이냐,
아니면 일은 일일 뿐. 근무 시간 외에서 나의 가치를 찾고, 행복을 추구할 것이냐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선택의 차이지만 꼭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아니다.
두 가치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비율을 둘 것인지. 그냥 요즘 위 두 생각이 서로 충돌할 뿐,,
커리어적으로 더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귀찮고 두려운건지?
아니면 AI의 역습과 더불어 최근의 번아웃이 겹쳐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진건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런데 나 말고 누가 알겠는가 ㅋㅋ)